도쿄 여행의 추억
<일정>
사진첩을 더듬어 코로나 이전에 마지막 갔던 여행을 찾아보니 2019년 6월, 지금으로부터 거의 2년 전 갔었던 도쿄가 마지막 여행지였다. 막 더위가 시작되던 6월의 도쿄는 참 더웠었던 것 같다. 요새 도쿄에서 올림픽을 하는 모습을 보니 더 추억이 새록새록하다. 도쿄는 코로나 이전에 매해 한번 정도는 찾았던 도시이다.
대한항공 왕복의 3박 4일의 일정으로 혼자 떠나는 여행이었다. 이 여행의 주된 목적은 처음으로 캡슐호텔을 이용해 보고, 낮에는 당시 도쿄에서 열리는 주요 전시를 찾아 미술관을 돌아보는 것이었다. 촘촘한 계획을 세우지 않았고 도쿄 신미술관, '도쿄도 미술관'등의 큰 미술관에서 어떤 전시를 하는지와 휴일, 운영시간만 각 미술관 홈페이지에서 확인해두었다. 남는 시간은 식사하고 카페에 가고 쇼핑하며 어슬렁거리면 되겠지 하는 대략의 큰 그림만 가지고 떠난 일정이었다.
처음 도쿄에 갔을 때도 여름이었고 혼자였다. 8월에 갔었는데 정말 습하고 더워서 놀랐는데, 도쿄의 여름에 대해 잘 알지 못했고 한국이랑 비슷한 날씨겠거니 하는 생각을 했어서 더 그랬던 것 같다. 하지만 이제 한국의 날씨도 도쿄 못지않게 덥고 습해졌다. 첫 도쿄 여행 때 갔던 호텔은 토라노몬에 있는 조용하고 큰 비즈니스호텔이었는데 다시 가보고 싶지만 없어졌다. 지금 이 근처가 재건축이 된 것 같고, 다시 지어진 호텔이 위치상으로 보아 '안다즈 도쿄 토라노몬'으로 보인다. 토라노몬은 오피스 지역으로 주말에 정말 사람이 없었고 호텔 근처에 문을 연 식당도 거의 없었던 것 같다. 나중에 첫 도쿄 여행을 추억하며 다시 가보고 싶은 곳이다.
<숙소>
do-c ebisu, 두씨 에비스 혹은 도 씨 에비스 캡슐호텔
늘 일본만의 독특한 숙소인 캡슐호텔에 한번 묶어보고 싶었었다. 하지만 그냥 비즈니스호텔도 무척이나 좁고 작다는 것을 경험하고 나니 도저히 캡슐호텔에 가볼 엄두가 나지 않아 매번 검색만 해보다가 말았던 것 같다. 게다가 구경하다가 중간에 들어와서 휴식을 취할 수도 없고, 더 난감한 것은 거의 오전 10시 이전에는 체크아웃을 하고 개인 여행 트렁크와 짐을 모두 정리해서 라커에 넣어야 한다는 사실이었다. 비즈니스 호텔은 작다 해도 옷을 걸 옷장 정도야 있고, 조식 레스토랑도 있으니 작아도 짐을 두고 왔다 갔다 할 수 있었는데 캡슐호텔은 아침마다 짐을 빼두어야 한다는 것이 너무 피곤할 것 같았다. 하지만 이 2019년에는 무슨 마음이었는지 한 번은 가보고 싶다는 결심을 했고 도쿄의 온갖 캡슐호텔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캡슐호텔의 조건 - 도쿄에는 너무나 많은 캡슐호텔이 있었다. 수많은 검색 끝에 숙소를 정하기 위해 몇 가지 기준을 세웠다.
첫째로 사우나가 있을 것.
둘째는 역에서 가깝고 공항에서도 쉽게 갈 수 있는 위치.
셋째는 깨끗하고 트립어드바이저나 여행사이트의 평가가 괜찮은 곳.
이 기준으로 보니 분위기가 괜찮은 몇 곳이 추려졌다. 대체적으로 도쿄에 갈 때 주로 시부야 쪽에 숙소를 정했었는데 사실 이 때는 시부야를 벗어나고 싶어서 긴자로 가고 싶었었다. 하지만 긴자 쪽은 역에서 가까운 캡슐호텔이 두어 군데밖에 없었고 그마저도 연식이 조금 있는 곳이었던 것 같다. 그래서 시부야와 신주쿠 쪽을 찾아보다 히노키 사우나에 반해서 에비스 역의 두 씨 에비스로 정했다.
두 씨 에비스 장점
결과적으로 장점이 많은 캡슐호텔이었다. 로비층에 휴식공간이 있어 약간 호스텔의 느낌도 가지고 있다. 가격은 정확히 기억이 안 나지만 다른 곳이랑 비슷한 3~5만 원으로 기억한다. 워낙 일본의 숙소들이 저렴한 곳도 다른 나라 이상의 청결함을 가지고 있어선지 캡슐호텔이라 해도 매우 깨끗하고 깔끔한 느낌이 있었다. 이곳에서 저가 숙소나 호스텔의 꿉꿉함을 느끼지 못한 것은 아마 여기가 건물 자체가 어떤 건축사무소에서 기획하여 지은 것이라 그런 면도 있는 것 같다. 협소 빌딩 느낌의 작은 빌딩을 사용하고 있고, 사우나가 굉장히 만족스러웠다. 크지 않은 히노키 사우나를 사용할 수 있도록 마련되어 있고, 별도로 개인 샤워실 공간이 개별적으로 여러 개 있어서 아침저녁으로 옷을 갈아입고 샤워하기에 충분했고 기다리지도 않았다. 저녁때 들어와 뜨끈하게 히노키 사우나를 하면 하루의 피로가 풀리는 느낌이었고 오오에도 온천 못지않은 시원함을 느꼈다.
에비스 동네 자체가 시부야에서 가까우면서 분위기가 괜찮은 곳이었다. 이전엔 환승을 할 때만 에비스 역을 이용해서 몰랐는데 역에 백화점이 붙어 있어서 식사를 하거나 쇼핑을 할 때 잘 이용했고 시부야나 신주쿠만큼 번잡하지 않아 좋았다. 거리는 에비스 역에서 코 앞은 아니지만 꽤 가까워서 슬슬 3-4분 정도 트렁크를 끌고 가기에 힘들지 않은 거리였다. 숙소 앞에 길 하나를 건너면 유명한 '사루타히코 커피'가 있고 거리에는 주로 현지 직장인들이 많은 분위기였다. 여기 캡슐호텔에는 나와 같은 관광객, 그리고 하루 묵는 일본 직장인들이 섞여 있었고 대부분 혼자 온 사람들이라 조용한 분위기였다.
마지막으로 가고 싶어서 고민을 했었던 곳이 시부야의 '더 밀레니얼즈 시부야(the millennials shibuya)라는 스마트 호텔 시스템을 내세운 비즈니스호텔과 캡슐호텔의 중간 즈음의 시스템을 지닌 호텔이다. 가격도 캡슐호텔보다는 몇만 원 비쌌지만 침대도 캡슐호텔보다는 넉넉하고 무엇보다 아침에 알람을 해두면 자동 기상하게 해주는 침대의 기능에, 마치 '위워크(wework)'를 연상하게 하는 휴식공간들이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여기가 2018년에 지어진 따끈따끈한 새 호텔이라 인기가 많았는지 공실이 없었다. '다음에 가보자'라는 마음으로 두 씨 에비스를 예약했는데 코로나로 인해 그 '다음'이라는 것이 언제가 될지 아쉬움이 남는다.
지금 사진으로 보니 '정말 작다'라는 생각이 드는데, 실제로 당시에 든 생각은 '왜 이제야 여길 왔지?' 하는 마음이 들었었다. 아늑함이 들기도 했고, 새로운 경험이라 약간 신나기도 했었던 것 같다. 밤에 입실해서 짐을 정리하는 소리가 들리기도 하는데, 오래전 유럽 유스호스텔과 민박에서 자던 기억이 떠올려져서 거슬리기보다는 그냥 그런가 보다 마음이 들었다. 어쩌면 종일 돌아다니니 피곤해서 곯아떨어진 것도 있는 것 같다. 또 좋았던 점이 새벽에 덥지 않도록 슬슬 에어컨을 가동해주는데 그래서 덥지 않게 일찍 기상하고 쾌적함도 느꼈다. 여기서 숙소 안에서 입을 수 있도록 주는 홈웨어가 있는데 그 옷이 무척 편하기도 했다.
도쿄 커피 관광명소 중에 하나인 사루 타히코 커피가 길 하나 건너면 있어서 꽤 좋았는데, 여기 직원들이 굉장히 친절하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친절한 일본인의 느낌이었고, 한국이나 일본이나 대도시는 점점 친절한 직원들이 사라지고 키오스크나 마스크의 직원들만 볼 수 있어서 더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는 것 같다. 마지막 날 캡슐호텔 체크아웃을 하며 '사우나하러 또 와야지..' 하는 생각을 했었다. 내가 이렇게 캡슐호텔의 매력에 빠질 줄은 몰랐다. 다시 이곳, 그리고 또 새로운 캡슐호텔을 경험하러 일본 여행을 갈 시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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