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수석 디자이너로 일하는 김은주(49) 디자이너는 웹디자이너 1세대다. 이화여대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하고 현재 구글의 UX 수석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다. 미국 실리콘밸리의 구글 본사에서 일하고 있고 휴가차 한국에 나와 조세호, 유재석이 진행하는 '유 퀴즈'에 출연했다.
<김은주 구글 수석 디자이너의 이야기>
수석 디자이너가 하는 일은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처럼 시각디자이너, 모션 디자이너, 카피라이터 등과 조합해서 하나의 제품을 만들어내는 일이다. 현재 '구글 어시스턴트'에서 일하고 있다. 그 부서 안에 디자이너만 수백 명이 있다. 나는 신기술 파트에서 25명의 디자이너와 일하고 있다. 스마트폰이나 차량용 내비게이션에 적용되는 디자인이 모두 다른데 그런 기기마다 다른 정보를 어떻게 디자인하고 맞는 디자인을 하는 것이 일이다. 삼성에 있을 때는 유재석이 지금 차고 있는 그 스마트워치 디자인을 담당했다.
구글에 뛰어난 천재만 있는 것은 아니다. 구글에 있다가 이직하는 경우도 많다. 중요한 것은 구글에 천재가 모여있는 것이 아니라, 천재여도 되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 같다. 구글은 출퇴근 시간이 따로 없다. 자리에 없어도 된다. 암벽등반이나 버스킹 등의 취미생활도 가능하다. 나오기 싫은 날은 집에서 일해도 된다. 그 사람이 집에서 더 성과가 좋다면 집에서 일해도 되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자유에 포커스를 맞추지만, 자유가 주어진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 바닥에는 어떻게 하든지 상관없으니 '네 몸값만 해라'라는 말이 포함되어 있다. 따라서 성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다. 일반 회사에서는 자리에 앉아 오래 일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구글에서는 '무엇을 했는지?'가 중요하다.
<구글의 자유와 함께 생겨난 1년 간의 두려움>
회사에 마사지사, 심리상담사, 미용실도 있다. 좋은 것만은 아니다. 이 모든 일들을 그냥 회사에서 하고, 거기 갈 시간에 회사일을 하라는 의미가 숨어있다. 다해줄테니 성과를 내라는 것이다. 결국 나는 오히려 자존감이 떨어졌다. 사람을 마주치는 것이 무서워서 화장실에 숨거나 주차장에 그냥 앉아있었다. 어느 순간 숨쉬기가 어려워지고 두근거림이 생겼다. 잘릴 것이라는 사실도 무서웠다. 왜냐하면 미국은 성과가 없으면 바로 해고다. 누군가 내가 실력이 없다는 것을 알아챌까 봐 두려웠다. 어느 날부터는 프레젠테이션을 열었는데 한자도 쓸 수가 없이 두려웠다. 남들이 비웃을 것 같았다. 그냥 앉아있으며 힘들어하는 것이 1년 정도 되었고 도저히 못 참고 주변에 이야기했다. 친구들이 구글 상담 프로그램을 추천해줬다.
상담 결과 나의 마음은 두 가지였다. '나는 여기에 어울리지 않는다'와 '최선을 다하고 있지 않다.'라는 두 가지 마음이었다. 할 일이 쌓여있는데 티브이만 보거나 먹는 것으로 스트레스를 풀었다. 내가 도대체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더니, 상담사가 '당신이 그렇게 먹는 것으로 푸는 것은 당신의 몸이 에너지가 필요해서 살기 위해 먹는 것이다. 인터넷을 보는 것은 당신 마음이 쉴 곳이 필요해서 안정감을 찾을 쉴 곳을 찾으며 버티고 있는 것이다. 당신 몸과 마음이 살려고 애쓰고 있으니 조금만 본인에게 친절하라.'는 말을 들었다. 나는 눈물이 났다. 나 자신을 더 이상 괴롭히지 말자는 생각이 들었고 나를 돌아보게 되었다. 오늘부터 더 나를 괴롭히지 말자고 다짐했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감이 떨어지면, 나에게 없는 것만 생각하면서 남의 것은 커보이게 되면서 자신감이 더 떨어진다. 유재석 : 맞다. 나도 예전 방송을 할 때 매니저가 나에게 카리스마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난 카리스마를 갖고 싶지 않았다. 주변에서 나에게 뭐가 부족하다고 말을 하면 나의 자존감이 떨어진다.
< '우물안 개구리' 이메일을 보내다. >
작년에 또 회사 업무평가 시작된다는 메일이 왔다. 나는 전체 이메일을 직원들에게 보냈다. '우리 모두 보석 같은 사람이다. 내가 혹시 여기에 어울리지 않다고 생각돼서 괴로워하지 말라'라고 하며 '우물 안 개구리'에 대한 글을 썼다. 내가 한국에서 우물 안 개구리가 되지 말고 넓은 세상을 보고 싶어 미국으로 간 것이었다. 그러나 미국에서 오래 살다 보니 타지 생활이 어렵지 않은가? 오히려 더 작은 사회생활을 하게 되었다. 한국식당, 한인타운을 자꾸 찾게 된다. 어느 날 보니 한국보다 더 작은 우물에 내가 살고 있더라. 이렇게 살 거면 내가 여기 왜 왔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물 안 개구리의 핵심은 '우물'이 문제가 아니라 우물에서 '행복하지 않다'는 것이 문제였다. 나는 바다 개구리가 되고 싶었지만 바다에는 개구리가 없는 것이었다. 그 순간 개구리인 상태로 행복하게 살자고 마음먹었다. 그런 글을 직원들에게 이메일로 보냈다. 보내자마자 수십 통의 이메일 답장이 왔다. '나도 개구리다. 나도 개구리예요!'라는 메시지가 여기저기서 왔다. 밖에서 보면 다 천재나 알파고 같지만 개개인은 다 여린 사람들이었던 것이다. 또한 나에게 개인면담을 신청해서 만난 직원들도 있었다. 그들은 일단 만나면 아무 말 없이 운다. 너무 힘들었던 것이다. 나도 운다. 같이 울면서 위로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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